남향의 창문은 아니지만 여름이 점차 다가 오는 5월이라 그런지 햇빛이 창문을 통해 방 안으로 스며든다. 어제 밤 가게 문을 닫고 늦게 자는 바람에 오늘 아침이 왠지 더 피곤하게 느껴진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우리 집 역시 아침에 순서와 질서가 있다. 아침 7시 엄마가 일어나셔서 식사를 준비하시고 아버지는 7시30분쯤 일어나셔서 씻으러 들어가신다. 아버지가 식사를 시작하실 때쯤 나도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게된다. "아침먹고 갈래?" 항상 엄마의 아침 단골 멘트다. 매번 "아니요"라는 대답을 하지만 엄마는 매일 나에게 물어보신다.
하지만 오늘은 순서와 질서가 어긋나는 날이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는 이미 부모님은 안계셨고 형이 날 깨웠다. "회사 안가냐?" 그 말에 나는 몸을 일으켜세워 준비를 한다.
오늘은 아버지가 양평에 있는 텃밭에 가셔서 일을 하시는 날이다. 정해진 날이 있는 건 아니지만 최근에 작물을 키울 시기라 자주 가시곤한다. 가까운 양평이라고는 하지만 매일 갈 수 는 없어 아침 일찍 가셔서 저녁 늦게서야 오시는데 갔다오실 때마다 몸이 녹초가 되서 오신다. 나도 몇번 따라 갔다가 아침 7시부터 저녁 10시까지 밭일을 한적이 있어 죽을 뻔(?) 한적 이 있다.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밭일을 하시는 아버지도 힘드시지만 아침 8시부터 새벽1시까지 가게를 보시는 엄마도 엄청 힘드시다. 아버지가 좋아하셔서 엄마가 참고 계신 것 같지만 가끔 하시는 말씀 "저 밭은 팔아치워야한다"며 아버지가 양평에 자주 가시는 것에 대해 그리 호의적이진 않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평소와 다른 아침을 맞이한 나는 오랜만에 본사로 복귀하게 됐다. 내 첫 직장인 이 회사는 올해 1월에 입사해 현재 5월까지 겨우 입사 5개월 차지만 입사하자마자 프로젝트로 넘어가 다른 동기들과는 다른 길을 걷게 됐다. 물론 동기들도 본사에서 외부 프로젝트를 하긴하지만 나 같은 경우 고객사 특성상 고객사 안에서 근무해야되며 까다로운 절차가 많은 곳이기도 하며 특히! 사수와 인터넷이 없는 환경이라 조금 개고생을 하긴했다.
그렇게 프로젝트가 끝나고 나는 본사 복귀를 하게 되었고 지금 이렇게 본사 사람들과 여유롭게 이야기도 하고 인터넷에 글을 쓰기도 한다.
아직 입사 5개월차라 연차가 없긴하지만 공차로 이틀 휴가 보내준다니 감사하게만 느껴진다. 물론 곧 (6월부터) 다시 파견으로 가야하긴 하지만 잠깐이라도 이런 자유를 맛보는것이 너무나도 좋다. (좋은 것 중 하나는 짧은 기간동안 본사에 있다보니 일을 시키기 애매모호하다.)
오랜만에 본사 사람들을 만나 이런 저런 얘기를 했다. 대부분 본사 근무기 때문에 파견근무에 어떠냐는 질문을 많이 한다. "
폐쇄적이긴하지만 괜찮아요" 대부분 내 대답도 이렇다. 사실 일적인 이야기보다는 사적인 이야기를 좋아한다. 대상포진 걸린이야기, 여자친구와의 이야기 등등 이런 공감가는 이야기가 정보성 이야기보다 재미있다. 이렇게 이야기하다보니 벌써 4시가 넘어간다. 2시간만 지나면 퇴근!
오늘 저녁은 또 무슨 일이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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