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대학교 때 일이였다. 정확히는 대학교 들어가기 전 학교 사람들끼리 미리 모여서 정보도 나누고 사람들끼도 친해지는 모임이였다. 당시에는 다음 카페가 굉장히 활성화되어 있었다. 우리 학교도 마찬가지였다. 새내기들끼리 모인 카페에서는 자신을 소개하는 100문 100답 같은 시간을 오래걸리지만 내 자신을 알리는 글을 많이 쓰기도 했다. 어쩔 때는 있어보이려고 취미를 [독서]라고 적어두기도 하고 인싸처럼 보이려고 말도 안되는 각도로 하두리 캠을 찍기도 했다. 그렇게 사람들끼리 인터넷상으로만 만나다가 처음 실제로 본 날 나는 커다란 재미를 느꼈다. 인터넷 상으로만 알던 사람들을 실제로 봤을 때 느낌이 참으로 오묘했다. 이미 사진을 보긴 했지만 하두리캠 화질도 워낙 안좋은데다가 나처럼 이상한 각도와 수정으로 인해 못 알아볼만한 사람도 있었으니 얼마나 놀라고 즐거웠겠는가.
어느 곳에서도 마찬가지지만 몇번의 대화만으로도 나랑 맞는다는 느낌이 드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나도 느껴겠지만 그들도 느꼈을 꺼다. 우리는 남자3,여자1로 4명이서 모여다니시 시작했다.
고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나는 내 옷이 많지 않았다. 내가 주로 입던 옷은 큰형이 안입는 옷이나 둘째형이 사온 옷이 내가 주로 입던 옷이였다. 왜 옷을 안샀냐고 물어본다면 항상 교복만 입고다니기에 큰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도 했지만 옷에 큰 관심이 없었다. 옷 뿐만 아니라 외모에도 큰 관심이 없었다. 지금보면 엄청 마른 얼굴에 안경까지 두껍게 쓰고 있던 모습이 '지금 참 용됐다.'라는 생각이 들게 해 준다.
고등학교 떄나 20살 올라갔을 때나 그리 크게 달라지진 않았으나 큰 형의 옷을 좀 더 빼앗아 입었던 거 같다. 친구들과 만날 떄 나는 보통 때보다 좀 더 멋을 부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어깨도 맞지 않은 축 쳐진 마이(자켓)와 넒은 통의 바지를 입었었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그날 친구들은 더 내 옷에 관심이 많았던 거 같다. '왜 아부지 옷을 입고 왔냐', 'OO아 옷에 힘을 좀 빼야겠다.'. 사실 놀리는 것보다는 조금 걱정해주는 느낌이였다. 그날부터는 조금 힘을 빼기 시작했다. 피케티에 모자쓰고 딱 맞는 바지에 가벼운 운동화. 그러자 친구들은 나에게 'OO아 진짜 잘어울린다. 왜 이렇게 입고 안나왔어','잘어울려' 같은 칭찬의 말을 해줬다. 기분이 이상했다. 나는 멋지게 보이려고 마이에 구두까지 신고 나갔는데 오히려 편하게 입고 나온 옷을 친구들은 훨씬 더 멋있다고 한다. 나는 생각해봤다. 어떤게 나를 멋지게 만드는지.
나를 어색하지 않고 멋지게 만드는 것은 멋있다고 생각들게하는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입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게 옷에 국한된 이야기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20살에는 옷에 국한되어있는 얘기라고만 생각했지만 34살 나에게는 인생에서 내가 중심으로, 내가 편한대로, 내가 자연스러운 대로 해야 멋있다고 생각이 드는 것이다. 다른 사람이 기준이 되는 것이 아니라 내 자신이 기준이 되어 보여졌을 때 가장 멋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를 멋있게 만드는 행동은 내가 자연스럽게 행동할 때. 자신대로 행동할 때가 가장 멋있는 행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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